램리서치는 AI 사이클의 장비 단계 전이를 가장 직접 수취하는 식각·증착 장비사이며, 기술 강도(적층·3차원화)라는 구조적 순풍이 사이클 위에 얹혀 단순 사이클 베팅과 구분된다. 다섯 분기 연속 성장과 사상 최대 가이던스, WFE 1,400억 달러 상방 편향, NAND 전환 400억 달러의 조기 집행이 펀더멘털 방향을 한 곳으로 모은다. 투자 적합 기업이라는 판단에 동의하되, 연초 대비 약 86% 오른 가격은 진입을 조건부·분할형으로 만든다.
왜 지금
WFE 1,400억 달러의 추가 상향, NAND 전환 투자의 추가 조기 집행, 어드밴스드 패키징 50% 초과 성장, 고객 선수금 반등이 핵심 상방 트리거다. 가장 먼저 깨질 변수는 약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온 고객 선수금, 중국 수출 통제 확대, 메모리 가격 반락에 따른 2027년 WFE 역성장이다. 7월 하순 6월 분기 실적이 1차 검증 윈도우다.
수혜·피해
수혜: 램리서치(메모리 고종횡비 식각의 표준 + 메모리 사이클 최대 베타), NAND 전환 조기 집행. 동반 수혜(비경쟁): ASML(EUV 독점, 수주가 선행 지표), KLA(검사·계측 과점). 직접 경쟁: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증착 맞수, 로직 식각 분업선), 도쿄일렉트론(식각 3위권). 압박 변수: 중국 로컬 장비(NAURA·AMEC)의 대체 가속과 메모리 가격 반락.
램리서치는 1980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돼 플라즈마 식각 장비 한 분야로 출발한 회사다. 이후 증착(노벨러스 시스템스 합병)으로 영역을 넓혀 양 축을 모두 보유한 유일급 장비사가 됐다. 본사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경영진은 CEO 팀 아처와 CFO 더그 베팅어 체제다. 회사의 성장사는 메모리 산업의 3차원화와 동행해 왔다. 2D NAND가 3D로 전환된 2010년대 중반 고종횡비 식각의 표준 공급자 지위를 굳혔고, 그 지위가 현재 400층 시대의 극저온 식각으로 이어지는 계보다. 2024년 10월에는 10대 1 액면분할을 단행해 현재 주식수는 약 12억 5,500만 주다.
재무 체질은 장비사 중 최상급이다. 총이익률 50% 안팎, 영업이익률 30%대 중반, 설비투자 매출의 4~5%라는 자산 경량 구조에, 자사주 매입·배당으로 잉여현금을 꾸준히 환원한다. 고객 기반은 반도체 제조사 전체를 포괄한다. 메모리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키오시아, 파운드리·로직에서 TSMC·인텔과 중국 로컬 파운드리가 주요 고객층이며, 메모리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 구조가 이 회사 베타의 원천이다.
식각과 증착 — 칩을 깎고 쌓는 두 공정
반도체 전공정은 웨이퍼 위에 회로를 만드는 수백~수천 개 단계의 반복인데, 골격은 세 동작이다. 빛으로 패턴을 그리고(리소그래피, ASML의 영역), 재료를 얇게 쌓고(증착),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낸다(식각). 램리서치는 이 중 깎고 쌓는 두 동작의 전문 기업이다. 증착은 수 나노미터 두께의 박막을 균일하게 입히는 공정으로, 화학 기상 증착(CVD)과 한 원자층씩 쌓는 원자층 증착(ALD)이 대표적이다. 식각은 플라즈마로 특정 재료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공정이며, 깊고 좁은 구멍을 수직으로 뚫는 고종횡비 식각이 기술 난도의 정점이다.
칩이 평면(2D)에서 입체(3D)로 갈수록 두 공정의 비중이 커지는 이유는 기하학에 있다. 평면 미세화는 패턴을 더 잘게 그리는 리소그래피 싸움이지만, 입체화는 수백 층을 쌓고(증착) 그 수백 층을 한 번에 관통하는(식각) 싸움이기 때문이다. 3D NAND 400층, HBM의 다이 적층, GAA 트랜지스터의 입체 채널,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실리콘관통전극(TSV)이 모두 이 범주다. 그래서 산업의 3차원화는 곧 식각·증착 장비 지출 비중의 구조적 상승이며, 이 명제가 본 리포트 전체를 관통한다.
40년 넘게 식각 한 공정의 깊이로 승부해 온 회사가, 칩의 3차원화로 그 공정이 제조 난도의 중심에 서는 시대를 맞았다. 회사 연혁 자체가 투자 논리의 절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