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8% 조정에도 원화는 17년 최저 — 원화 약세의 스위치는 서울에 없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555.8원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5일 이후 17년 4개월 만의 최고치, 원화로는 17년 만의 최저다. 같은 날 코스피는 7.89% 빠진 7,648.09로 주저앉았다. 6월 18일 장중 사상최고 9,385.59에서 2주 만에 18.5% 조정이다. '코스피 사상최고 속 원화 최저'라는 기형적 조합은 끝났다. 대신 더 나쁜 조합이 왔다. 주가와 통화가 같은 날 동시에 무너졌다. 주가가 식으면 환율 부담도 풀릴 거라는 기대는 틀렸다. 조정 2주 내내 원화는 오히려 더 약해졌다.
달러 탓만도 아니다. 달러인덱스는 101선, 15개월 최고 부근이다. 원화는 17년 최저다. 15개월짜리 달러 강세로 17년짜리 원화 약세를 설명할 수 없다. 나머지는 원화 고유 요인이다. 외국인은 2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셀코리아를 이어갔고, 2일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원 넘게 던졌다. 삼성전자가 9%, SK하이닉스가 14.6% 빠진 날이다. 반도체를 팔고 나간 돈이 달러로 바뀌며 환율을 밀어올린다. 여기에 미국 재인상 기대로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 AI 랠리를 좇아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자금까지 겹친다. 당국은 6월 30일 1,550원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틀 만에 뚫렸고, 시장에서는 1,600원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매듭이 풀린 건 3일이다. 원/달러는 30.2원 급락한 1,525.6원에 마감했다. 4월 8일 이후 3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그런데 방아쇠는 전부 바깥에서 당겨졌다. 2일 밤 발표된 미국 6월 비농업고용이 5만7,000명 증가에 그쳤다. 시장 예상 11만명의 절반이고 4~5월치도 하향 수정됐다. 연준의 9월 인상 확률은 하루 새 64%에서 50% 부근으로 밀렸고 달러인덱스는 100.8로 내려왔다. 같은 날 일본의 예고 없는 기습 개입 가능성 보도에 40년 최저권 엔화가 급반등했고, 장 막판엔 서울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1,525.1원까지 밀렸다. 워싱턴·도쿄·서울, 세 당국발 재료가 한 방향으로 겹친 날이었다. 레벨도 착시다. 1,525.6원은 6월 17일 이후 보름 만의 최저일 뿐, 2주 전 자리로 돌아간 것에 불과하다.
이 고리는 양방향으로 돈다. 원화가 약해지면 외국인은 환손실을 피해 팔고, 그 매도가 환율을 다시 밀어올린다. 3일에는 반대로 돌았다. 달러가 꺾이자 환율이 30원 빠졌고 코스피는 5.76% 폭등한 8,088.34로 8,000선을 되찾았다. 외국인 수급과 환율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원화 약세의 스위치는 서울에 없다. 미국 고용과 연준의 인상 경로가 쥐고 있다. 당국 개입은 속도를 늦췄을 뿐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1,500원대의 매듭은 워싱턴과 도쿄가 먼저 풀고, 서울은 마지막 폭을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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